찰스는 인어 중에서도 높은등급의 인어. 특수하게 텔레패스 능력을 가지고있음. 지능도 높은편.

에릭은 멈캡처 라고 인어전문사냥꾼, 혹은 전문어부. (카드멈캡터에릭)

존은 인어 포획 및 유통을 반대하는 작은 협회의 협회장. 기타설정은 존왓슨 그대로.

셜록은 형인 마이크로프트가 거대한 인어 유통회사의 이사이고 자신은 방관자. 어린시절 찰스를 만난적이있음.

















  셜록. 목소리가 자신을 불렀다. 자신은 작아졌다. 점점. 어린아이가 됬다. 셜록. 푸른 조명이 잠시 껌뻑였다. 짙은 색의 수족관 안에는 조명 탓인지 보랏빛이 도는 브루넷의 남자가 저를 내려다보고있었다. 옅은 눈동자가 자신을 쳐다보고있었다. 입술은 미동도차 없었지만 그는 여전히 저를 불렀다. 셜록. 셜록, 자신은 그를 기억해냈다. 말간 미소를 짓던 소년을. 그제서야 남자가 어렴풋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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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르릉. 날카로운 전화 소리가 쉴새없이 울렸다. 소음은 물 속에 잠긴 것처럼 먹먹하던 귓속으로 순식간에 침범해온다. 버석거리는 눈을 부비며 잠에서 깬 존이 버릇처럼 긴 한숨을 쉬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다. 테이블을 더듬어 마실 것을 찾아보지만 잡히는 것은 빈 술병 뿐이라 이번엔 의식하며 짧게 한숨을 뱉는다. 때르르릉. 까치집 같이 제멋대로 삐쭉거리는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존이 드디어 전화기로 손을 뻗는다.

"...존 왓슨입니다."

 존? 세상에, 죽진 않았네요. 까랑까랑한 메리의 목소리에 헛웃음을 지은 존이 괜시리 저가 흠흠 헛기침을 한다. 몇시지? 메리가 혼자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맞은편 벽에 비뚤하게 걸린 벽시계를 흘끔 확인한다. 3시. 아주 적당한 시간이다.

"미안해요, 메리. 회의는 5시인거 기억하고있어요."
"존, 4시요."
"아, 망할. 그랬죠 참. 지금 바빠서, 끊을게요."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은 존이 담요를 팽개치며 소파에서 일어난다. 비틀, 어제 진탕 마신 술 탓인지 현기증을 느끼며 잠시 테이블을 집었다가 제자리에 선다. 다시 비틀, 이번엔 술기운이 아니라, 망할 다리 때문에 한번 더 흔들린다. 망할, 다리, 때문에. 존이 제 무릎을 지긋이 누르며 눈을 감는다. 저가 늘 들고다니는 지팡이는 어제 박살났다. 아주 잘근잘근. 꼭 땅바닥에 원래 있던 쓰레기처럼 보이던 제 지팡이를 떠올리며 존이 다시 조심스레 몸을 움직였다. 절뚝. 절뚝. 금세 지친 존이 잠시 멈춰서서 허리를 펴낸다. 정면에 걸린 유화가 그려진 커다란 캔버스가 눈에 들어온다. 노을에 산호색으로 물든 바다와 에메랄드 빛 비늘이 반짝이는 하반신을 한 인어의 그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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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7번 포획한 멈캡처 연락처 좀 가져와."

 본래는 갈색이었을 머리를 두번, 아니 세번 탈색한듯한 여성이 이사의 지시에 짧게 대답을 하곤 방을 나가버린다. 단정히 하나로 내려묶은 머리는 삐져나오는 잔머리 한가닥 없었지만 그녀가 입은 아이보리색 블라우스의 단추는 세개나 잠겨있지않았다. 착 달라붙는 밀크티색 스커트와 검정색 새틴 구두.. 셜록이 고개를 저어내며 제 형을 쳐다보았다

"저 여자가 형을 좋아하네."
"그런건 중요하지않잖아, 셜록."

 알고있었구나. 어이없어하는 셜록의 표정에 마이크로프트가 대수롭지않아하며 어깨를 으쓱인다.

"뻔하잖아. 저렇게 단정하고 성실한 여자가 블라우스 단추를, 그것도 세개나 푸르고있다면."
"687번?"
"못봤구나. 수족관에 새로 들어왔어."
"수족관이라니? 인어가? 잡히는 족족 팔려나가는게 인어 아니었어? 부르는게 값인."

 셜록이 무의식적으로 쏘아대자 마이크로프트가 눈썹을 꿈틀이며 제 동생의 표정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넌 늘 인어얘기가 나오면 그런식이더라. 셜록이 심기 불편한 소리를 내며 시선을 피한다.

"심지어 네 형이 인어 매매로 가장 큰 수익을 내는 회사의 이사 임에도."
"네가 좋아하는 일을 내가 좋아했던 적이 있었나싶고 그러네."

 투덜대는 목소리에 마이크로프트가 입꼬리를 실룩인다. 몇개는 있었지. 꼭 과거를 회상하듯 끝을 흐리는 목소리에 셜록이 질색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양질의 목화솜에 소가죽 커버를 씌운 소파는 저가 더 앉아있었으면 하는 모양인지 앉았던 그대로 찌그러져있었다.

"아무튼, 동생아. 온김에 수족관이나 보고 가려무나."
"갈게."
"마이크로프트 홈즈의 동생이 인어공포증이라니!"
"그런거 아니야!"
"그럼? 수족관은 언제나처럼 8층에 붙어있단다."

 셜록은 그의 말을 못들은척 손을 휘저어내며 이사실을 나온다. 비서용 데스크 안쪽에 기대선 여자가 저를 쳐다보더니 대충 고개를 까딱인다. 단추는 어느새 잠겨있다. 셜록이 간단히 인사를 하곤 그녀를 지나친다. 수족관이라. 반사면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코트 깃을 정리한 셜록이 승강기에 오른다. 8층. 기다란 손가락이 7층과 8층 버튼 사이를 오가다 천천히, 그리고 단호하게도 8층을 누른다. 그러자 갑자기 굉장한 패배감이 몰려왔다. 셜록은 고개를 슬며시 숙이고 저를 내려다보고있을 CCTV를 의식하지않으려 애썼다. 분명히 지켜보고있었을 것이다. 셜록이 태어나고부터 인생의 거의 전부를 제 동생에게 패배감을 선사하는 것에 투자한 마이크로프트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셜록이 누가 들을까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괜한 호기심 때문에! 늘 그렇지만 저는 과하게 호기심이 많았고, 빌어먹을 제 형은 늘 저의 과한 호기심을 이용할 줄 알았다.
 엘레베이터는 소음도, 진동도 없이 조용히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다 작은 벨소리와 함께 멈춰서며 문이 열렸다. 그 시간이 꼭 한시간처럼 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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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은 살이 잔뜩 박힌 투박한 손이 만년필을 쥐고 서류의 표시된 곳에 서명을 해댔다. 걸리는 것없이 매끈한 만년필이 어딘가 어색한 듯 남자의 손은 계속 만년필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글을 휘갈겼다.

"에릭 렌셔? 좋습니다, 하면서 들으세요. 당신이 포획한 687번에 대한 소유권은 이제 전적으로 회사 쪽에 있어요."

 어두컴컴한 정장을 빼입은 남자가 연신 어깨를 들썩이며 고지하는 말에 에릭이 서명하던 손을 멈추고 그를 쳐다본다. 손만큼 투박하고 굳센 눈빛에 남자가 찔끔하여 시선을 피한다. 문제있나요? 남자가 조심스레 묻자 에릭이 왼손에 쥔 펜을 또다시 돌리기 시작하며 고개를 숙인다.

"찰스..를 한번 만나고싶소."
"찰스? 687번 포획물에게 이름을 붙였나요, 에릭?"
"내가 붙인게아니라 그가 먼저 말했소.. 아니 말했다기보단,"
"렌셔씨. 인어는 말 같은거 할 줄 모릅니다."

 그것은 자신이 더 잘 알았다. 에릭은 17년째 멈캡처 일을 하고있었고, 아버지와 그 아버지 역시 멈캡처였다. 인어를 잡아 전엔 어시장에, 지금은 회사에 판 돈으로 빵과 술을 사고 추수 감사절과 성탄절을 보냈다. 인어에게 말을 걸어본 적이 없을리도 없었다. 물고기 같은 하반신이지만 사람과 무섭게도 다를바없는 상반신에 죄책감을 느낀 것이 수년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말과 감정 표현을 할 줄 모르고, 표정도 거의 없었다. 생선과 진배없어 고통을 거의 느끼질 못하고 말은 커녕 물밖에선 숨조차 쉬지못했다. 그런데. 그런데 찰스를 만났다.



 그가 인어 포획망에 걸려 몸부림치던 것은 이른 저녁즈음이었다. 보통 인어는 인적이 드문 늦은 밤이나 새벽에 활동하기때문에 낮에서 저녁까지 인어포획선의 인부들은 바다 한가운데에 배를 띄우고 그물을 설치하는 작업을 했다. 단신으로 인어를 포획하는 에릭이 막 그물을 걸고 쉬려던 참에 도움을 구하는 소리를 들었다. 소리는 곧 찢어질 것같은 비명으로 변했다. 바람은 잔잔했고 갈매기는 고요히 하늘 날았다. 비명은 저에게만 들렸다. 저의 가슴을 고통으로 옥죄고 머리를 깨뜨릴 것처럼 울려댔다. 에릭이 겨우 몸을 추스려 그물을 걷어올리자 인어 한마리가 딸려올라왔다. 물에 젖어 짙은 브루넷의 머리칼에서 바닷물 떨어지는 소리가 툭, 툭 하고 갑판을 울렸다. 꼭 보석을 아주 얇게 깎아놓은 듯한 비늘이 이르게 뜬 초저녁의 달빛을 반사했고, 새하얀 얼굴에 박힌 푸른 눈동자는 조용히 저를 들여다보았다. 평생 잡아올린 인어들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고마워요. 인어는 입술을 달싹이지도 않고 말을했다.










나중에 이어서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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